내가 KAIST 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았고, 그 곳에서 학위를 했다는 것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훌륭한 식견을 가진 교수님들에게서 배운 많은 지식과 지혜들은 내 인생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KAIST에 대한 나의 애정은 특별하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총장이 재학생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다니.. (관련글1관련글2)

나의 KAIST 마지막 1년은 서남표 총장이 부임한 첫 해 였다. 어차피 나는 졸업을 1년만 남겨 놓았으니, 학교 개혁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시점이었고, 대신 여유롭게 학교 안에서 시작되는 개혁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KAIST 서남표 총장

사실 많은 개혁 정책들 중 일부는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었고 그것을 지지했다. 하지만 어떤 부분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그 중에 한 가지는 학생 혹은 학생 자치권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자세였다. 여전히 학생(대학원생 포함)들은 겸손히 가르침을 받을 대상이며 통제해야 할 대상일 뿐, 그들에게서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에 따라서 모든 개혁에서 학생들의 의견과 소리는 무시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옳고 그름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소통하지 않는 속에서 일방적인 개혁은 참으로 껄끄러웠다. 성적에 의한 차등적 수업료 부과와 전과목 영어 수업, 그리고 재수강 제한 등 교육 행정에 관련된 개혁 뿐 아니라, 기숙사 배정과 같은 학생 생활 행정의 개혁까지 일방적인 발표 뿐이었다. 내부적으로는 큰 반발이 있지만 서남표식의 교육 행정 개혁은 언론에 의해 좋은 본보기로 평가받았다. 거기부터 였던 것 같다. 학생 단체와 보직 교수님들의 갈등의 시작이..

암튼 시간은 흘렀고, 지금은 KAIST 총장이 재학생을 고소하기에 이르른다. 이건 공동체(사회)가 한 명의 개인에게 휘두르는 폭력이다. 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행정 조직을 가진 총장이 한 개인(그것도 KAIST 재학생)을 상대로 법적인 시비를 가리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비겁하다고도 볼 수 있다. 과연 그 재학생을 처벌하기 원하는 것일까?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실의 적시는 명예훼손 위법성의 조각사유에 해당하여, 법원은 명예훼손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KAIST의 생각은 그 학생이 처벌을 받든 그렇지 않든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고소에 의한 개인적인 비용과 시간이 소비되고 지치기를 원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입을 다물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파장이 모든 다른 구성원에게 전파되길 원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번 고소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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