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송구영신 예배를 마치고 2009년을 해맞이로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도 Lyon 에는 Fourvière 라는 해돋이를 구경하기 좋은 명소가 있다. 언덕 위에 있는 성당의 전망대에 가면 정확히 동쪽을 향해 시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날 잠을 자기 직전까지 비가 와서 과연 해돋이를 갈 수 있을지 불투명했고, 또 비가 그치더라도 해돋이를 제대로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한 해의 시작의 마음가짐을 다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태양을 제대로 볼 수 있는지의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물론 한국에 있을 때도 여러 번 해돋이 명소를 찾아 다녔었다. 제주 성산봉, 경주 토함산, 정동진, 낙산사, 속초 등. 하지만 한번도 애국가에 나오는 그런 해돋이를 본 적은 없었다. 매번 구름 뒤에 가려 지평선에서 서서히 등장하는 태양을 보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큰 기대없이 갈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2009년 1월 1일 7시 48분이 Lyon의 해뜨는 시간 임을 확인하고, 6시 40분에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7시에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2번 탄 후 언덕을 오르는 강삭 철도(Funiculaire)를 타고 Fourvière에 도착한 시간은 7시 33분. 다행히 늦지 않았다.

Lyon 시내를 바라보니 여전히 밤이었고 야경은 멋있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머리 위 Lyon 에는 구름이 없었으나, 멀리 지평선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이번에도 원하던 해돋이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아내가 가져온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온기를 느끼니 기분은 매우 좋아졌다. 잠시 후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는 것을 느끼며 2009년 한 해를 소망하고 계획했다.

여전히 낯선 프랑스에서 한국을 그리워 하며 살겠지만, 조금 더 멋진 인생을 살 수 있기를 기대하며 언덕을 내려왔다.

해돋이 10분 전 Lyon 시내

자세한 사진은 http://picasaweb.google.com/ensual/FirstSunriseIn2009# 에서 확인하시길..

PS. 재밌는 건 해맞이 문화가 전세계적인 문화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심 해맞이 인파가 조금은 있을꺼라 예상을 했었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 아무도 없었다. 우리가 도착한지 10분이 지났을 때, 노부부가 올라오셨다. 그리고 또 한참 후에 관광객으로 보이는 분이 셀카를 찍으러 오셨다. 게다가 그 분의 셀카 방향은 태양 쪽이 아니라, 성당 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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