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진 아나운서가 쓴 자신의 팬카페에 올린 글이라는 군요.
현 시국에 대한 적절한 논평이라고 여겨집니다. 동의하십니까?

제목: 시간 참 빠르죠
글쓴이: sangjinoh (오상진)
날짜: 2008.5.31

2008년이 된 지도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6월이 다 되었네요.
여러분은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늦은 황사에 훌쩍 더워진 날씨, 아직 마음엔 늦봄을 즐기고 싶은 마음 가득한데
벌써 여름의 한 가운데 와 있는 듯한 생각이 듭니다.

이런 저런 일들로 불안한 요즘
특히나 방송사에 근무하는 언론인으로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입니다.

무언가 솔직하지 못해 보이는 해명들, 그렇기에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말..
격한 반대속에서도 비밀리에 추진되는 대운하정책에
고환율 정책으로 더더욱 심화된 유가 상승까지 겹쳐
국민들의 위기감과 분노가 점점 더 심화되는 듯합니다.

더욱이 일부 언론과 여당은 이런 감정들을
일부 정치 세력의 선동 내지는 괴담으로 치부하고 있죠.

이런 상황속에서도 끓어오르는 감정을 진정 아름다운 촛불 문화제로 승화시키시는
우리 국민들이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에요

며칠전 여당의 원내대표님은
'촛불 문화제가 반미 시위가 될까봐 우려스럽다'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래요 우리 미국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왔습니다.
그들 덕분에 오늘의 경제 성장을 이룬 것이 사실이고요.
진정 그들은 우리의 우방이었습니다.

하지만 국제 정세가 달라진 요즘, 우리는 그들의 '진정성'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보수언론이 그토록 역설하던 10년동안 훼손된 한미 관계의 실체가 무엇입니까?

그들에게 유리한 쇠고기 교역 조건을 안겨주고 우리가 얻은 것은 뭐죠?

보수 언론이 반미로 치부했었던 노무현 정권 또한
실질적으로 5년동안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것은 거의 없습니다.
쇠고기 문제만 빼고 말이죠.

정권 초부터 선제 타격 가능성등의 논리를 앞세워 북한과의 대립각을 세웠던 이명박 정부,
미국이라는 구애 대상이 있었기에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때문에 우리를 빼놓고는 대화가 불가능하다며 통미 봉납을 부르짖었던 거죠.

하지만 미국은 이미 우리를 제쳐두고 북한과 물밑협상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영변 핵시설의 불능화 논의는 이미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우리를 배제한 채 말이죠.

이 대통령께서는 너무나 부푼 꿈을 안고 취임 직후 미국을 방문하셨습니다.
다양한 구애품을 들고 미국을 방문하셨습니다.
자신감이 있으셨습니다.
쇠고기 협상도 구애품의 일부일지 모릅니다.
카트까지 운전하셨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죠. 소스라치게 놀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에게 우리는 냉전 시대에 필요했던 최전선의 우방국가가 아니라
이젠 외교적 경쟁상대가 되어버린 거죠.

한반도에서 미국을 가장 골치아프게 하는 것은 북핵문제입니다.
그 문제만 해결되면 아마 미국은 한반도에서 손을 떼버릴 지도 모릅니다.
아프간 이라크 이스라엘 등의 분쟁지역이 많으니 오죽하겠습니까?

햇볕정책을 통해 우리는 10년동안 북한과의 관계를 꾸준히 개선시켜왔습니다.
대한민국이 북한이란 협상 카드를 손에 들고 있는 이상, 우리는 교섭력이 있었습니다.

뭐 퍼주기다 뭐다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그 노력이 우리의 외교적인 교섭력을 위해 중요했다고 봅니다.
북한과 가까워진 우리를 미국은 쉽게 대할 수 없었던 거죠.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손으로 그 카드를 버리고 말았습니다.
옆에 있는 미국이 영원히 우리에게 개평을 줄거라는 확신 때문이죠.

그러나 그 개평이 뭐였습니까?
이번 방미 과정에서 미국은 노무현 정권때 이미 약속한 경제 협력 자금과
30개월 이상의 소고기만을 우리에게 건네 주었습니다.
참, 삼계탕 수입과 관련된 '긍정적 검토' 또한 추가로 말이죠.
공공부문 의료부문의 개방도 빼놓을 수는 없겠네요.

북한은 점점 멀어져가고
중국 또한 지나치게 친미적인 우리정부에게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방중 과정에서 중국 대변인이 한미관계를 지적했던 것이 그 증거죠.
베이징 올림픽 성공을 위해 그 불만을 지금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지는 않지만요.

어제 미군이 아파치 헬기를 빼간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일겁니다.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고 상대의 '진정성'을 의심해 보는 것
그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환율 때문인지 기름값이 너무 올랐네요.
주말에 할인이라 지금 기름 넣으러 갑니다.

여러분 힘내세요.

주저리주저리 말이 너무 길었습니다.

담에 또 뵐게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며 공정하게 말해야 하는 아나운서이기에
최대한 팩트에 가깝게 쓰려고 노력했는데 참 힘이 듭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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