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간의 프랑스 생활을 정리하고, 프랑스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있다. 기분이 묘하다. 3년 전 추석 다음 날 우리는 프랑스에 왔고, 올해 추석 전날 한국으로 돌아간다. 딱 3년을 리옹에서 보낸 것이다.

지난 금요일 교수님과 작별 인사를 하면서 내일 다시 만날 것처럼 인사하고 헤어졌다. 그렇게 섭섭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건 KAIST 를 떠날 때와 비슷했다. 이 세계에 몸 담고 있으면 죽지 않는 한 평생 볼 수 있다는 막연함 기대감이 밑바탕에 있었던 것 같다.

오늘 교회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도 같은 느낌이었다. 이 사람들 모두 적어도 10년 내에 어디에서든 한 번은 다시 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아쉬우면서도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될지 기대 되는 그런 느낌이다.

지난 3년 동안을 되돌아 보면 참으로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았다. 한 것도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인생의 1/10을 리옹에서 보낸 것이다. 그리고 나서 생각해 보면 그 기간이 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음도 분명한 것 같다. 리옹에서 딸이 태어났고, 개인적으로 연구자로서의 모습이 좀 더 분명해졌고, 여행을 통해 유럽의 많은 문화를 경험하게 된 것 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한국에 돌아가서 이 경험과 지식이 어떻게 사용되어질지 기대가 크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재능과 기회를 마음것 펼쳐 보리라 다짐해 본다.

Au revoir, L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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