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 어딘가에 2014 서울 세계수학자대회(Seoul ICM 2014) 유치를 확정 지었던 날 그 소식을 올렸었다. 그 때가 2009년이고, 나는 프랑스에 있었고, 대한민국 수학계가 진일보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지만, 정작 그 대회에서 내가 무언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나고, 어제 무사히 대회가 마쳐졌다. 사실 지도교수님의 권유로 나는 이 대회에서 조직위원회(Local Organizing Committee)의 여러 위원회 중 국제위원회의 위원으로 2년 전부터 일을 하게 되었다. 위원회 명단을 보면 알겠지만, VOD 를 담당하게 되어 한 달전에 조직위원이 된 김선화 박사님과 더불어 전체의 위원회의 가장 어린 2명이 이었다.

이러한 큰 대회에서 조직위원으로 일을 한다는 것은 부담되고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누구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일을 했다. 국제위원회의 주된 일은 다음의 몇 가지 였다.

  • 제3세계 및 개발도상국의 1000명의 수학자를 초청하는 NANUM Program
  • 대회 기간 중 3일에 걸쳐 (나눔수혜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대륙별 지역 모임이었던 NANUM Networking
  • ICM 개회식 하루 전 날 치루어진 국제수학연맹(IMU/CDC) 주관의 MENAO Symposium
    • 한국의 수학발전을 소개하는 Korean story 준비
  • 개회식 당일 새벽에 있었던 Executive VIP Breakfast

이것 말고도 몇 가지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국제위원회와 IMU/CDC의 여러 사람들이 협업을 통해서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일을 진행해서 기억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아무튼 내가 했던 주된 일들은 나눔 초청 프로그램을 위해 지원서를 받고, 심사를 하고, 선정을 하는 작업을 위해, 웹에 시스템 하나를 개발했던 일이다. 전문가가 보면 아주 우숩게 생각할 수 있는 쉬운 일이었지만, 비전문가인 사람으로서 딱 이 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것들을 딱 필요한 만큼만 개발하느라 약간 시간을 많이 사용했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닫지 못했다. (아니 중요하다는 것은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중요한 일이지 몰랐다.) 그게 작년 한 해 동안 했던 일이었고, 또한 MENAO Symposium 은 ICM 행사 전에 있던 일이라, ICM 행사 기간에는 다른 조직위원들 보다는 여유 있게 보내게 되어 죄송스러운 맘도 들었다.

한 편으로 조직위원 명찰을 달고 다니니, 항상 메인 홀도 뒷문으로 들낙거리며 입장 전에 슬금슬금 들어가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특히 개회식/폐회식/만찬 같은 때에도 Reserved 되어 있는 좋은 자리에 앉았다. 행사기간내에 현장사무국에서 쉬면서 점심도 먹고, 과자도 먹고, 행사기간 내에 발생 하는 여러 에피소드(뒷 이야기)들을 실시간으로 듣는 재미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도 ICM 2014 조직위원으로 일을 했었고, 그 일은 재미있었고, 좋은 경험이었다. 그러나 다시 하라고 하면, 거절하는 게 이치에 맞는 게 아닐까 생각을 해 봤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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