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휴대폰을 샀고, CDMA가 아닌 GSM 방식의 휴대폰을 처음보는지라..
이런 기계에 호기심이 많은 나는 이것저것 설정을 바꿔가는 짓을 하는 것은 거의 반사적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PIN 번호 변경 메뉴를 보았다. 오홋! 이것이 그 말로만 듣던 SIM 카드의 비밀번호라는 거이군. 잽싸게 0000 인 것을 다른 것으로 변경했다. 그러면서 일부러 한 번 틀려 보기도 했다.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하니까.

1번 틀렸으니, 이제 2번의 기회가 남았다.

이런 식의 경고가 나오는군. 이게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알기에 그냥 맞는 번호 다시 넣고 넘어갔다.

이번에 폰 비밀번호 변경이라는 메뉴가 있네. 아하. 이건 한국 휴대폰에도 있는 휴대폰 비밀번호군. 이건 기본값이 뭘까? 라는 생각하면서 0000 넣었다. -_-; 아니란다. 그런데 몇 번의 기회가 남았다는 메세지가 없다. 수만번 틀려도 상관없나보다. 그러던 중 비밀번호가 꼭 4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00000000 (8 zero)

오호 통과된다. 이것이군. 이것도 나와 아내만이 알고 있는 번호로 변경했다.

그 밑에 PIN2 변경 메뉴가 있네? 이건 뭐지? PIN 은 0000으로 설정한다고 파는 누님이 알려주었느나 PIN2는 처음보는 거다. 일단 0000 넣어봤다. 아니란다. 그리고 2번의 기회가 남았단다. 무섭다. 그래서 아까 변경한 PIN 번호를 넣어봤다. 아니란다. 그리고 1번의 기회가 남았단다.

여기서 나는 이 일을 그만 두었다. 괜한 호기심은 일을 그릇치기 마련.

아침이 되자 마자 휴대폰을 들고 샀던 매장으로 갔다. PIN2 번호는 나만이 알고 있어야 한단다. 나는 들은 적이 없다. 어제 팔았던 그 직원은 없다. 그래서 같은 휴대폰 회사의 다른 매장으로 갔다. PIN2 변경하려면 경찰에 도난 신고를 하고, 자동으로 SIM 카드 disable로 변경하고, 휴대폰을 되찾은 다음, 서비스 센터에 연결해서 PIN2 번호를 받고, SIM 카드 enable해야 한단다. 그러나 지금 사용하는 데 문제 없으니 그냥 사용하란다. 허거덩.

연구실에 나와서 좀 더 찾아봤다. 아니 이런. PUK2 번호라는 게 있단다. PIN2 번호를 지우는 만능키로서 SIM카드마다 전부 다른게 있는데, 이건 이동통신회사가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음냐.. 점심에 다시 매장으로 갔다. 아까 그 직원이 없고, 어제 나한테 물건 팔았던 직원이 있다. 그래서 물었다. PIN2 번호 안 주었다고. 그랬더니 하는 말이

"원래 PIN2 번호는 아무도 모르는게 정상이고, 나도 모르고 너도 몰라야 한다."

라고 한다. 내가 걱정이 되는 건 이미 2번 시도를 했고, 기회가 1번 남았기 때문에 혹시나 누군가 실수로 PIN2를 건드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니까, 그럼 그 때 다시 오라고 한다.

여기까지 얘기를 정리해 보면,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걸면 거의 100% 풀 수 있으나, 내가 불어가 전혀 안 되는 고로 지금 당장 그 짓을 할 수 없는게 답답하다.

@ 참고로 매장 직원이랑은 전부 영어로 얘기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려나..

어째든 일단은 조심해서 SIM의 PIN2는 안 건드릴 생각이다. 일단은 그거 하나 잘못되서 다시 SIM 카드를 사려면 최소한 20유로는 날라갈 것이고, 그 안에 충전된 금액도 날아가는 거다. 어찌어찌해서 푼다고 하더라도 시간과 노력이 꽤 될 것이므로 일단은 조심해서 사용하자.

아무래도 처음부터 호기심이 없이 처음부터 그냥 놔두었으면하는 생각이 있으나, 아직 1번의 기회만 남았다는게 그리고 현재 아무 문제 없다는게 그나마 다행이다.

오늘의 교훈: 괜한 짓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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