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미 FTA 타결 이후 양국은 자국의 국회 비준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미국 국회는 자동차와 소고기의 전면 개방을 연계해 비준을 준비하고 있다. 그 중에 하나의 장벽이었던 소고기 수입에 관해서 이명박 정부는 모든 걸 양보하여, 장애물을 없앴다. 그 만큼 한국 정부가 한미 FTA가 빨리 체결되길 바라고 있다는 증거다.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미국은 왜 소고기를 수출하지 못해 안달이 났을까? 미국의 소고기 소비량이 전체 생산량의 20% 밖에 되질 않는다. 추가적으로 미국은 호주산 소고기를 수입하는 가장 큰 시장이다. 다시 말하면 미국에서 소비하는 대부분의 소고기는 청정하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호주산 소고기과 미국산 최고급 소고기 (18-20개월에 도축된)가 대부분이다. 다시말하면, 미국은 소고기를 수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국가라는 뜻이다. 그래서 그렇게 죽기 살기로 소고기 수출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30개월 (혹은 20개월) 지나서 도축된 소고기는 수입제한이 걸려 있고, 미국내에서도 팔지 못하게 되어 있어서 대부분 동물 사료로 재가공되어 닭이나 돼지등에게 먹이고 있다. 그렇게 자란 닭이나 돼지를 다시 소의 사료로 가공된다. 광우병이 걸린 소가 다시 닭이나 돼지를 통해 다시 소에게 전염이 되는데, 이런 걸 '교차오염' 이라고 한다. 이렇듯 광우병 위험이 여전하지만, 미국의 유통구조 때문에 자국의 가축산업을 보호하려면 미국은 수출에 전력을 다할 수 밖에 없다.

미국산 소고기가 수입이 중지된 이후에 국제수역사묵국(OIE)은 5단계의 광우병 국가등급을 3단계로 간소화 했고, 미국은 2단계(위험통제국)의 지위를 얻게 되었다. 아마도 미국의 정치적 압력[각주:1]이 있었음을 예상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보자. 이번 소고기 협상에서 그들이 얻어낸 것은 무엇인가? 한미FTA에서의 미국의 국회비준을 얻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는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에 비해서 너무 많이 내 주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바로 수입제한 조치를 취할 수 없고,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는 점이 그렇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서 30개월 미만의 뼈없는 소고기 수입과 위험 발생시 즉각적인 수입제한을 할 수 있는 상황을 유지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OIE가 말하는 광우병 위험통제국이라는 말은 다분히 정치적인 지위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고,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는 다른 국가도 이 정도의 수입 제한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일본은 OIE의 등급을 믿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수입제한이 강도 높다.[각주:2]

한국이 일본처럼 강하게 밀고 나가지 못한 이유가 단지 한미 FTA의 미국의 국회 비준 때문이었을까?

다른 국가는..

일본 역시 광우병 소가 30여마리 발생했지만, 일본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서 우리보다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FTA를 채결하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자국내의 소고기 관리가 엄격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2000마리 당 1마리의 샘플로 조사하지만, 일본은 도축 되는 모든 소에 대해서 전수조사를 통해서 광우병과 그 외의 질병을 관리[각주:3]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자국내의 수준으로 광우병 통제를 하지 않는 미국을 상대로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유럽 연합은 광우병이 발생한 본거지다. 하지만, 광우병 발생 이후 2005년부터 '동물 복지 1차 5개년 행동 계획'과 농산물 '이력추적제' 등 광우병을 관리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 유럽 연합은 미국과 수입제한 조건을 걸지는 않았지만, 상호 동등한 조건에서 수입하기로 체결이 되어 있어서, 실제 교역은 없다.

한국 농축산업계 입장에서는..

솔직한 얘기로 농축산업계는 축산업계의 붕괴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소고기 수입에 지속적으로 반대해 왔다. 가격 차이가 심해 경쟁이 안 되기 때문이다. 광우병 공포로 여론을 몰아서 협상 결과를 뒤집고 싶은게 그들의 속셈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산 소고기 (이하 한우)는 광우병에 대해서 안전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OIE가 말하는 광우병 청정국가가 아니다. 한국은 호주, 핀란드, 스워덴 등이 부여 받은 광우병 청정국가 (1등급)의 지위를 받지 못했다.[각주:4] 한우 역시 광우병으로 안전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왜 1등급을 받지 못했을까? 1등급 기준은 검역이나 검수에 있어서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1등급 청정국가가 되기 위해서는[각주:5]

  • 8년 이상 소 등 반추(되새김)동물류의 육골분이나 지방을 급여하지 않았다는 증명이 있어야 하고
  • 7년 이상 일정조건(200만마리당 195마리 등)의 검사를 통해 비발생을 인정받아야 하며
  • 국가내 전염성 해면상 뇌증(TSE) 관련 모든 동물의 역학조사를 통해 안전하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

TSE는 소의 광우병, 양의 스크래피, 밍크의 뇌증 등 변형 단백질(프리온)로 일어나는 유사질병의 통칭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검역 체계가 없다. 소에게 동물성 지방이 여전히 공급되고 있으며, 광우병 검사 역시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광우병이 의심되는 걷지 못하거나 주저 앉는 소의 발생 건수도 적지 않았으며, 인간 광우병 의심환자도 있었으나 유족의 부검 반대로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각주:6] 한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없을 뿐, 여전히 위험을 가지고 있다.

한우는 한국에서만 경쟁력이 강한 소고기인 것이다. 이렇듯 한우는 한국 시장에서만 고품질로 인식되면서 가격만 비싸고 동시에 한우가 광우병에는 안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국민 입장에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국민들 입장에서는..

한미 FTA를 위해서 협상을 포기하고 굴욕적인 협상을 한 점은 정부의 잘못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협상 반대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광우병의 공포감 때문에 대통령 탄핵하자는 여론까지 조성되긴 했지만..)

소고기 재협상 혹은 대통령 탄핵, 국회에서 상위 법령 제정 등 어떤 방법을 통해라도 미국산 소고기가 수입이 안 되게 하는 것이, 국민들이 바라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바램이 현실이 된다고 해도, 우리는 광우병에 대해 안전해지지 않는다.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협상 반대를 외치는 것 만큼, 한우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서 도축되는 모든 소에 대한 광우병 검사를 하고, OIE에서 부여하는 광우병 청정 국가 지위를 받도록 정부에 촉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한미 소고기 협상 반대 및 재협상 촉구
  • 동물성 사료 금지 등을 포함한 축산동물보호법 제정
  • 도축되는 모든 한우에 대해 검수 등 검역 강화
  • OIE에서 광우병 청정국가 지위 획득

이런 것들이 국민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것 전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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