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얼마나 더웠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다만 폭염주의보가 있었다는 객관적인 사실로만 미루어 짐잠할 뿐입니다.
그리고 대장정 참가한 한 여학생의 죽음을 알리는 간단한 기사를 보면서 짐작할 뿐입니다.

경주서 폭염속 국토대장정 나선 여대생 숨져 

 
(경주=연합뉴스) 이승형 기자 = 폭염 속에서 국토대장정에 나선 여대생이 행진 도중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숨졌다.
   7일 경주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10분께 경북 경주시 산내면 신원리 도로에서 모 기업의 국토대장정에 참가해 행진하던 A(22.여.대학4년)씨가 갑자기 쓰러져 일행들이 경주의 한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날 오후 5시40분께 숨졌다.
   경찰조사 결과 국토대장정 일행은 지난 2일 경남 통영을 출발해 오는 22일 서울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이동 중이었으며 숨진 A씨는 일행 140여명과 이날 경북 청도군을 출발해 경주 산내의 숙소로 약 20㎞를 행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국토대장정 주최측 관계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haru@yna.co.kr
(끝)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2008-07-07 22:37 송고]
 
출처 : http://www.yonhapnews.co.kr/society/2008/07/07/0701000000AKR20080707210800053.HTML

하지만 이 기사는 대한민국이 얼마나 더웠는지 짐작하게 하는 것 이상으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그건 제가 9년 전에 이미 국토대장정에 참가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저에게 국토 대장정은 인생이란 한 권의 책 중에서 불과 1-2 페이지의 불과하겠지만, 밑줄치고 책갈피도 껴 놓고, 매일 읽게되는 부분 입니다.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는 대장정 식구들과는 비록 같은 기수가 아니라 직접적인 공통 경험이 없더라도, 묘한 동질감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이 계속되는 행사에 참여하는 후배 참가자들을 진심어린 맘으로 응원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발생하지 말았어야 할 사고를 다룬 이 짧은 기사는 객관적인 정보를 얻는 것 이상의 다른 의미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한 젊은 대학생의 죽음은 오늘 하루 저를 우울하게 합니다.

대장정 참가자, 진행요원, 의료팀 등 누구하나 쉬이 갈 수 없는 극한 환경.
쉽지 않은 도전을 선택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강한 신념.
그리고 동료에 대한 믿음과 그들의 도움.


이런 것들은 육체적인 한계를 극복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게 합니다. 물론 그런 도중에 다칠 수도 있습니다. 혹은 몸에 이상이 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한계에 대한 도전이라는 명분으로 충분히 이겨 낼 수 있고, 받아 들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죽는 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살아있어야 이 모든 경험이 가치가 생기는 겁니다. 우리가 원한 것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는 것이지 삶의 마감이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이 사고에 대해 어떤 누군가를 쉽게 비난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저는 이 행사를 참여 했기에, 어느 누구에도 이 사고의 책임이 없다고 분명히 말 할 수 있습니다. 운영 본부, 진행 요원, 의료진, 참가 당사자 모두 이 사태의 책임이 없습니다. 며칠 간 계속된 행진의 피로 누적과 갑자기 더워진 날씨 그리고 참가자의 완주 의지 등이 묘하게 얽혀 있을 뿐입니다.

이번 행사가 계속될 지.. 중단된다면 내년에는 행사를 열 수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바램은 더 많은 대학생이 더 이상 사고없이 이 행사를 통해서 자아를 극복하는 경험을 하길 바랄 뿐입니다.

그냥 안타까운 기사에 잠시 우울모드로 빠지겠습니다. 고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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